[단독] 상장사 100여곳, 국민연금 공시 변경에 떤다

입력 2021-01-05 08:45   수정 2021-01-05 16:48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 100여곳이 1월 중순 이후로 예정된 국민연금의 '주식 대량상황 보고서' 공시를 주시하고 있다. 해당 공시에서 국민연금이 지분 보유목적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3월 주주총회에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단체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월 중순부터 하순에 걸쳐 주요 투자기업에 대한 지분 보유목적을 대거 변경할 전망이다. 변경한 보유목적에 따라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총 6주일 이전에는 보유목적 변경 공시를 해야 하는 금융위원회 규정 때문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2019년 12월까지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 실행을 위한 제도적인 준비를 마치고도 지난해에는 주총 6주일 이전에 보유목적 변경 공시를 못해 주총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올해가 사실상 처음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사들이 긴장하는 부분은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경우다. 원래 보유목적은 '단순투자'와 '경영참여' 등 두 가지 밖에 없었지만 2019년 9월 금융위의 제도 개편으로 '일반투자'라는 항목이 새로 생겼다.

일반투자로 투자목적을 바꾸면 추가 배당 요구 등 배당정책 변경, 이사 및 감사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 임원보수 한도 조정, 이사회 산하 위원회 설치 등 폭넓은 경영 참여가 가능해진다. 과거에는 경영참여로 보유목적을 바꿔야 가능하던 것이 일반투자 항목 신설로 문턱이 낮아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56개 주요 상장사에 대한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꿨다. 이후 2분기에는 현대중공업, CJ제일제당 등 16개 상장사, 4분기에는 롯데하이마트, 삼양식품 등 4개 상장사를 추가해 총 76개 기업을 일반투자로 분류해 놓고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당초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일반투자 상장사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할 예정이었지만 관련 조직 정비에 시간이 걸려 2월에야 투자목적을 바꾸면서 '주총 6주일 이전 투자목적 변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의결권 행사 내용은 기업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이미 일반투자로 보유목적을 바꾼 상장사들 중에는 금호석유, 대림산업, 하나금융지주, 한세실업, 현대백화점, KCC 등에 대해 대해 추가 배당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림산업, 롯데케미칼, 카카오, 현대차 등은 이사 선임과 관련한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투자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경영 참여로 보유 목적을 바꾸는 상장사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민연금은 2019년 12월 '적극적 주주권 행사 지침'을 기금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하며 이사 선임과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같은 적극적인 경영 참여는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한단계 올려야 가능하다.

상장사 관계자는 "이른바 '공정 경제 3법' 등 새로운 규제가 나타나면서 주목을 못 받고 있지만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상장사들 사이에 높다"며 "국민과 기업이 낸 돈으로 형성된 국민연금 기금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측은 "개별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범위와 방향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노경목/황정환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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